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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미식 기행 맛보기

[여수 미식 기행 미리 보기] 봄철 여수의 진미, 갓김치 / 홍경수

[편집자 주]

『세 PD의 여수 미식 기행』(가제)에 실릴 '여수의 진미'를 살짝 맛보기로 블로그에 소개한다. 봄과 여름의 사이, 지금 여수에 여행을 가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어떤 맛집을 찾아가야 할까? 세 PD가 발로 뛰며 직접 찾은 고급 정보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물론 '진짜' 이야기는 6월에 선보일 『세 PD의 여수 미식 기행』에 모두 실릴 예정이니, 기대하시라. Coming soon~!

 

여수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먹거리, 갓김치

 

"여수 갓김치 아시죠? 특산물 갓김치 먹으면 코를 팍 쏴요. 개운하고요."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여수 출신 대학생 윤진 역을 맡았던 도희가 라디오 방송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인터뷰를 하던 중 한 말이다.

많은 여수 사람들이, 그리고 여수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 여수의 대표적인 자랑거리, 먹거리가 바로 갓김치다.

 

여수 갓김치 Ⓒ손현철

 

조선 시대 갓김치 종의 유래

 

조선 시대 유머 모음집이라 할 수 있는 이륙의 『청파극담』과 서거정의 『태평한화골계전』에 갓김치가 나온다. 조선 초에 맹 재상은 아내가 잠들면 몰래 계집종의 방을 찾았다. 계집종이 맹 재상에게 "절편같이 고운 부인을 두고 어째서 저같이 천박한 종을 찾습니까?" 하고 힐난했더니 재상은 "아내가 절편이라면 너는 갓김치다. 절편에는 갓김치를 먹어야 맛이 나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그 후 남자 주인이 품는 계집종을 갓김치 종이라고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갓김치는 조선 시대 선비들의 유머 소재로 사용될 만큼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음식이었다.

 

여수 봄나들이의 필수 코스, 갓김치 맛보기

 

갓 ⒸDalgial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D%8C%8C%EC%9D%BC:Brassica_juncea_var._juncea_2.JPG

 

갓은 1년에 네 차례나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이다. 봄 재배, 여름 재배, 가을 재배, 월동 재배가 가능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것이 월동 재배 갓이다. 월동 재배 갓은 11월에 파종해 100~120일 동안 월동한 후 3월에 수확한다. 여수 지방은 기후가 온난해 노지 월동이 안전하고 병충해도 거의 없다. 그래서 월동 재배 갓은 잎살이 두꺼우면서도 부드럽고 독특한 향이 풍부하고 맛 또한 일품이다. 월동 재배 갓으로 갓김치를 담그면 저장성이 높아 묵은지로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 여수에 봄나들이를 간다면 갓이 제철이므로 갓김치를 꼭 맛보길 권한다.

 

뷔페라고 무시 말라, 갓김치 맛집 '돌산갓밥상'

 

갓 요리로 가득 채운 한 접시 Ⓒ손현철

 

지난 여름 여수 미식 취재를 갔을 때, 지인의 소개로 뷔페 식당 '돌산갓밥상'을 찾았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음식을 잔뜩 제공하는 결혼식 뷔페의 폐를 잘 알기에 우리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하지만 돌산갓밥상 최동현 대표의 설명을 들으면서 닫힌 마음이 점차 열리기 시작했다. 우선 유기농 재배 갓만 사용하고, 신안 신의도에서 가져온 묵은 천일염으로 절이며, 젓갈 역시 특별히 관리한 깨끗한 것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좋은 재료를 엄선해 만들었기 때문에 이곳의 갓김치는 다른 곳보다 비싸다.

설명을 듣고 음식 맛을 보았다. 너무 짜지 않아 좋았고, 조미료를 쓰지 않아 담백하고 개운했다. 갓 담은 갓김치, 묵은 갓김치, 물갓김치 등을 시작으로 갓 초밥, 갓 유부초밥, 갓 볶음밥, 갓 튀김, 갓 국수 등 다양한 음식이 펼쳐졌다. 가격은 1인당 9000원이고 특히 채식주의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젓갈 향이 진하지 않아 여수 갓김치만의 진덤진덤하고 풍부한 맛을 느끼기에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깨끗한 맛을 구현하는 것과 지역적 특성과 전통을 고수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는 않은가 보다. 좀 더 맛이 진한 갓김치는 여수 곳곳에 있는 갓김치 공장과 교동 시장 등에서 맛볼 수 있다.



갓으로 빵을 만든다고? '여수 갓구운'

 

여수 갓구운의 오동빵 Ⓒ손현철

 

봉선동 게장 골목 근처에 있는 빵집 '여수 갓구운'. 갓을 넣은 오동빵과 갓 파이를 만들어 판다. 여수 금오도가 고향인 김경환 대표는 독학으로 빵을 만드는 재야파 파티시에다. 여수 엑스포 때 여수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여수에서만 먹을 수 있고 들고 다닐 수 있는 간식을 만들고 싶어 한 김 대표는 고심 끝에 '갓빵'을 만들었다. 이제 돌산 갓을 사용한 빵집 '여수 갓구운'은 여수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오동빵을 약간 데워 먹으니 부드러웠다. 막상 입에 넣었을 때 톡 쏘는 맛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아 아쉬웠다. 빵을 먹고 난 뒤에 입에 약간 쏘는 맛이 남았다. 갓 맛이 더 많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너무 톡 쏘는 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갓 파이 역시 어슴푸레 갓 냄새를 풍겼다. 톡 쏘는 농도에 따라 등급을 정해 팔면 어떨까? 지역 특산품을 이용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낸 젊은 사장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갓빵이 여수를 찾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홍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