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여수시 진남문예회관에서 『세 PD의 미식 기행, 여수』 저자 손현철, 홍경수 선생님을 모시고 북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세 PD'인데 한 분은 어디 가셨냐고요? 서용하 PD님은 책 출간 직전에 KBS 뉴욕 특파원으로 떠나셨답니다. 세 분을 함께 모시지 못해 아쉬운 마음 한가득이에요.)
그 덕분에 담당 편집자인 저도 당일 여수 출장을 다녀왔는데요, 그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풀어 놓을까 합니다.
저자 손현철(왼쪽), 홍경수 Ⓒ민음사
북 콘서트 행사에 앞서 사전 축하 행사로 가야금 연주와 판소리 공연이 있었습니다.
객석에 앉아 계신 독자 분들이 판소리에 맞춰 "얼쑤!", "좋다!" 하면서 적극적으로 추임새를 넣어 주시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새삼 전라도에 왔구나 하고 실감했답니다.
제주대 김경호 교수님의 사회로 본격적인 토크가 시작되었는데요, 이날 나온 이야기 중에서 재미있었던 내용만 추려 보았습니다.
Q : 여수라는 도시에 대해 어떤 인상을 품고 계신가요?
홍경수 : 여수를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 느끼는 건데요, 여수가 다른 도시에 비해 굉장히 깨끗해요. 일본이나 유럽 도시에 갔을 때 느꼈던 청결함이 있어요. 그리고 예전에 프랑스 파리에서 2012 엑스포 개최지를 발표할 때, 많은 여수 시민들이 직접 그 먼 파리까지 가서 응원하는 모습을 TV 영상을 본 기억이 있거든요. 그걸 보면서 생업까지 잠시 쉬어 가면서 자비를 들여 유럽까지 가다니, 여수 사람들의 시민 의식이나 자기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굉장하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최근에 「명량」이라는 영화가 크게 흥행했는데 그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을 임진왜란 때 가장 적극적으로 도운 것이 여수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역사적 전통이 여수에 스며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 책을 보면 여수 음식에 얽힌 역사적, 문화적 배경 이야기가 많이 쓰여 있어요. 이런 기록들을 어떻게 찾았는지 궁금해요.
손현철 : 3년 정도 KBS에서 역사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역사적 사건 뒤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료를 찾아서 새롭게 해석하는 거예요. 여수 음식에 대해서도, 책을 정말 많이 봤고, 그것 때문에 국회도서관 같은 곳을 부지런히 드나들었고, 인터넷으로 검색도 많이 했어요. 여수에 얽힌 역사적 인물이 없을까 고심하다가 이규보 선생이 여수에 가고 싶어 했다는 기록도 찾을 수 있었고요.
Q : 취재하시면서 여수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셨을 것 같아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만남을 꼽는다면요?
홍경수 : 하화도, 사도, 거문도 등 섬에서 만난 분들이 떠오르네요. 특히 지금 거문도에 살고 계시는 소설가 한창훈 선생님요. 한창훈 선생님이 굉장히 유명한 작가인데도 계속 거문도에 뿌리내리며 살고 계신 게 존경스러웠어요. 거문도에 사는 아이들이 한창훈 선생님에게 배우는 바도 정말 많을 거고요.
손현철 : 작년 7월에 여수 YMCA 이상훈 사무총장님 소개로 소리기획 임호상 대표님을 만났어요. 그때 임호상 대표님이 재킷 주머니에서 스무 겹 정도 되는 수첩 뭉치를 꺼내서 보여 주시더라고요. 거기에 빼곡하게 맛집들이 적혀 있었는데, 미처 그걸 복사해 두질 못했습니다.(웃음) 임 대표님이 시도 쓰시는데요, 그런 좋은 분과 인연을 맺게 돼서 좋았습니다.
Ⓒ민음사
Q : 여수를 죽 둘러보면서 섬이나 시장도 다양하게 갔다고 들었는데요.
홍경수 : 사도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참 작은 섬이지만, 그 자체로 자연사박물관 같은 느낌이죠. 큰바위얼굴과 거북이 모양 바위가 멋지고, 공룡 화석도 볼 수 있고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라고 생각하는 양면 해수욕장도 있어요. 무대 뒤에 걸려 있는 현수막 사진도 그 해수욕장이네요. 사도에 땅이네민박이라는 곳이 있는데, 다음에 가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주시기로 했거든요. 마침 그 안주인께서 해녀이시기도 해서 직접 잡은 해산물로 음식을 해 주신다는 이야기를 잡지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요, 내일 오전에 사도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합니다.
손현철 : 아침에 교동 시장에 가 보면 할머니들이 바닥에 이것저것 내려놓고 파시잖아요. 그게 참 정감 있고, 그렇게 사서 먹은 게 전 더 맛있더라고요.
Q : 마지막으로 여수시나 여수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손현철 : 여수에 사는 분들은 늘 보는 경치, 늘 먹는 음식이라서 그것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지를 못하시는 것 같아요. 저희가 봤을 땐 경치도 정말 아름답고 먹거리도 풍부하고 인심도 좋거든요. 저희가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것도, 외지인의 눈으로 그런 장점들을 정리하면 그 도시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 같아서예요. 이런 기록을 남겨 놓으면 나중에라도 중요한 기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그래서 이것저것 열심히 조사했고, 실제로 갯장어(하모) 꼭지를 쓰는 데만도 꼬박 네 달이 걸렸을 정도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여수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홍경수 : 여수가 만약 일본에 있는 어느 지역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어요. 그러면 개도 막걸리도 소량 포장해서 예쁜 병에 담아서 비싸게 팔지 않을까. 여수에 먹거리가 참 많지만 외지인들이 사서 가져가기엔 좀 힘들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갓김치 등 먹거리들을 예쁘게 소량 포장해서 판매하면 여행 선물로 참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봤어요. 그러면 여수 관광 산업이 발전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여수가 '맛의 수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선점하면 좋겠어요. 아직까지 '맛의 수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국내 도시가 없거든요.
북 콘서트 중간에는 여수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방미가 씨의 공연이 있었고,
토크가 끝난 뒤에 여수시 부시장님이 두 저자 분을 여수시 홍보 대사로 위촉하는 식을 마지막으로 행사가 끝났습니다.
Ⓒ민음사
이번 행사는 사회를 본 김경호 교수님의 주도 아래 여수시 남해안신문사, (사)여수갯가 주최, 주관으로 열렸어요.
덕분에 많은 여수 분들 앞에서 『세 PD의 미식 기행, 여수』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여러모로 뜻깊었답니다.
특히 여수시에서 문화관광 해설사로 일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참석해서 이것저것 이야기해 주시고 직접 저자 사인도 받아 가시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민음사
『세 PD의 미식 기행, 여수』가 여수를 제대로 맛보고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책인 것 같다고 칭찬해 주셔서 몸둘 바를 찾지 못할 지경이었는데요.
모쪼록 많은 분들이 책을 읽고 진정한 '여수의 맛'을 만끽하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편집자가 직접 맛본 '여수의 맛'이 어땠는지! 간단하게 올릴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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