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미식 기행 미리 보기]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여수 밤바다 / 서용하
석양이 깔린 여수 바다 Ⓒ손현철
여수의 밤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든다
어떤 선배가 그랬다. 여수는 밤의 도시라고. 여수의 밤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여수에서는 그 노래가 매일 울려 퍼졌다. 엑스포장의 환한 불빛이 바다에 흔들릴 때 사람들은 음악에 사랑에 분위기에 취했다.
여수의 밤 풍경은 예술이다. 엑스포 종사자 숙소 아파트에서 바라본 엑스포장의 경관, 엠블호텔여수, 저 멀리 오동도까지의 모습. 돌산 대교를 건너며 바라보는 장군도와 여수 시내 모습. 그리고 이순신 광장에서 보는 돌산 대교의 모습. 여수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묘하다. 혼자 있으면 외로워진다. 너와 함께 걷고 싶다. 그래서 전화를 건다. 그렇게 만드는 야경이다. 필자가 한국에서 만나 본 최고의 야경.
여수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람이 그리워진다 Ⓒ서용하
여수 밤바다를 그대와 함께하는 것은 최고의 행복
「여수 밤바다」의 배경은 만성리 검은모래 해변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모래 해변에서 밤바다를 보며 레일 바이크를 타는 것은 추천할 만하다. 바다를 옆에 두고 사랑하는 사람과 레일 바이크를 타면 아름다운 풍광에 푹 빠져 허벅지 통증도 잊히는 듯하다. 만성리 해변으로 가는 길은 하나밖에 없는데 작고 오래된 터널을 지나야 한다. 일제강점기에 만든 터널이라는데 통과하다가 깜짝 놀랐다. 차선이 하나다 보니 자칫 한눈을 팔면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정면으로 부딪힐 수 있다. 터널 입구에 신호라도 표시해 두면 안전하지 않을까.
여수 최고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 헤밍웨이 Ⓒ서용하
헤밍웨이라는 카페가 있다. 여수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곳이다. 카페에 앉으면 돌산 대교와 이순신 광장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수 최고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라고 해서 이름이 알려졌다. 분위기는 다소 촌스럽다. 1980년대 카페 같다고 할까.
여수 밤바다를 그대와 함께한다면 무엇이 부러울까. 음식도 그렇고 술도 그렇고 누구와 먹고 마시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음식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재료는 바로 앞에 앉아 있는 누군가일 것이다. 그런 누군가와 함께 있는 행복감에 2차로 항상 찾았던 곳이 헤밍웨이다.
돌산 대교의 조명이 서서히 색깔을 바꿔 가면 바다의 풍경도 바뀐다. 낭만이 있는 곳에 어찌 술이 없으랴. 헤밍웨이 옆에는 횟집들이 있다. 회를 배달시킨다. 카페에서 야경과 회를 안주 삼아 술을 한잔한다. 술이 달다. 술이 얼큰하게 취하면 좋아하는 사람과 어깨를 감싸고 돌산 대교를 걸어서 건너가 보자. 헤밍웨이에서 돌산 공원 방향으로 갈 때는 장군도와 여수 시내가 아름답게 보이고 돌산 공원에서 헤밍웨이로 돌아올 때는 조명을 밝힌 채 먼 바다에 떠 가는 배들이 보인다.
—서용하